누가 적도 부근을 클릭했는지 연일 폭염의 기세가 등등하다. 가마솥처럼 달아올라 살인적인 무더위에 열대야가 한반도 전역에 배수진을 치는 형국이다. 에어컨으로 차단막을 치고 대형선풍기로 부채질을 해대도 누그러질 낌새가 없다. 봄 내내 미세먼지로 눈과 코를 멀게 하게 하더니 이번에는 온몸에 화상이라도 입힐 요량인지 막힘없이 무더위가 냅다 융단폭격이다.
엘니뇨 현상에 이상 기변의 징후라고 하지만 늘 그러다시피 더워야 살맛 나는 여름이고, 샘물에 등목이라도 해야 제격이다. 여름도 소신껏 능력을 발휘하겠다는데 시비 걸 이유가 없고 매서운 삼복더위라고 비난할 까닭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무턱대고 더위 타령이니 열대야에 장작 난로를 지피는 꼴이어서 덩달아 불쾌지수는 급상승이다. 따져보면 모두가 제 자리를 찾아가라는 자연의 섭리이자 이치인데, 이쯤 되면 폭염에 정면으로 맞서 이길 방법을 찾는 게 훨씬 현명한 일이다.
나비반도를 클릭해보자. 그곳에 경도(鏡島)라는 섬이 있다. 섬 지형이 고래 형상을 닮아 본래 경도(鯨島)라고 불렸던 이곳에 요즘 맛볼 수 있는 여름 보양식 하모(はも)라는 갯장어요리가 한창이다. 희귀성 계절 음식이라 적잖은 값을 치러야 하나 여름철 원기 회복제로 널리 소문나 있어 전국의 미식가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기에 덤으로 즐길 수 있는 남쪽 밤바다 풍경이 일상에 찌든 당신의 머릿속을 개운하게 씻어준다 하니 한 번쯤 가볼 일이다.
당연한 계절적 본성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체감온도는 연일 수직상승이다. 그런데 팔팔 끓는 뜨거운 햇볕이 주는 자연 낭만이 없다면 해수욕장이나 계곡, 삼계탕과 냉면은 이 여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논리라면 차라리 온전한 의미로 맛있게 즐겨야 옳으니 여름의 진수를 맵도록 시원스레 맛볼 일이다.
무슨 울 일이 그리 많은지 온종일 매미가 느티나무 가지를 뒤흔든다. 최저임금제 문제로 을(乙) 간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팽팽하면 끊어지게 마련이고 끊어지면 모두 치킨게임의 피해자가 될 게 뻔하다. 남북 정상 간의 만남으로 해빙 무드가 오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대통령 탄핵기각에 대비한 계엄시나리오가 불거져 옥신각신이다.
폭염의 등짝, 소나기가 줄창 퍼부었으면 하는 날이다. ** 갯장어의 일본말 * ‘그럼’의 방언
[정영희∥여수 한려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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