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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 엄마들, 낙안(樂安)에서 낙안(樂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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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자∥낙안초등학교 교장

전남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의 업무협약으로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이 실시된 지 3개월이 지나고, 2학기 유학생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본교는 현재 농가형 및 가족체류형으로 16명의 유학생이 생활하고 있다.

2학기 유학생을 맞이하기 위해 '전남 농산어촌 유학생 시행지침'에 따라 현재 생활하고 있는 유학생들의 연장 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최초 17명중 1명이 중도포기하고, 16명중 13명이 더 머물고 싶다고 연장 신청했다. 그 중 6학년 2명은 '졸업 후 낙안지역 중학교에 입학을 하겠다'며 부모님을 설득중이다.

또 연장 신청을 하지 않은 3명중 2명은 5, 6학년 남매인데 올 한해를 모두 마치고 가고 싶지만 중학교 진학 때문에 유학생이 아닌 일반학생으로 10월까지 체류하다 돌아가기로 했다. 또 한 명의 학생은 부모님은 연장을 희망하지만 '엄마가 자주 보고 싶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학생때문에 연장 신청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시행지침에 따르면, 연장신청을 한 학생들도 학교에서 심사를 거쳐 동의해야만 계속 체류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본교에서는 선생님들과 학부모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서울 유학생들과 함께 지낸 낙안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낙안초 학부모들은 새로운 친구가 생겨서 좋고, 수업시간에 학생수가 많아져 토론도 활발하고, 생각들도 다양해 재미있다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반면, 학급당 학생수가 많아져 교실 공간이 부족하고, 유학생들이 6개월만에 오고 가면 이별을 자주 경험하게 돼 상실감이 클 것 같다는 우려의 말도 전했다. 그래서 한번 오면 1년 이상 체류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체류연장을 희망하는 학생들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동의했고 특히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 시행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학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지난 3개월 동안 가족체류형 유학생 학부모들과도 몇차례 만남을 가졌다. 이 분들은 관심을 갖고 챙겨주는 낙안 지역민, 학부모, 학교직원 및 담임선생님들께 '연신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담임선생님들께서 학습지도, 생활지도, 상담활동, 놀이까지 아이 한명 한명의 특성에 맞춰 정성을 쏟으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연장 신청을 하게 됐다고 했다. 아이들도 너무나 학교 생활을 잘하고 즐거워한다며 '아이들의 행복이 가장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규교육과정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교육활동은 물론이거니와 승마체험, 지역 명산 오르기, 다양한 마을학교 프로그램 등 하루하루가 즐겁고 심지어 '주말도 가슴을 설레한다'고 귀뜸했다. 또 얼마전 딸기와 보리수 따기 체험은 너무나 신기하고 재밌있었다며 돈을 내고도 하기 힘든 체험을 낙안에 와 처음 해본다며 기뻐했다. 

우리 지역을 찾은 서울 유학생과 학부모들이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을 하신다니 맞이하는 입장에서도 크게 감사할 일이다. 특히 유학생 학부모 2명은 지역 특성을 살린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창업을 준비중인데 수일내 개업할 예정이다.

농산어촌 유학프로그램 추진 배경을 보면 지역 경제와 마을 살리기 유도, 전남으로의 귀농·귀촌 생활 기회 제공, 자연 친화적인 생태교육환경 제공 등인데 유학 프로그램이 진행된 지 3개월만에 우리 지역에서 창업을 한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남지역에 오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과 학부모들의 관심과 사랑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유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더 머물고 싶은, 다시 돌아오고 싶은, 영원히 살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는 가장 크고 강력한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낀다.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모든 학교의 성공적인 사례들을 들어보면 참 아름답고 신난다. 이 정책이 부디 오래도록 유지돼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전남교육'의 비전이 활활 타올라 서울은 물론 전국 학생들까지 모두 품어 안는 날이 오길 꿈꿔본다.

"새로운 빵 가게를 운영하실 서울 엄마들, 부디 낙안(樂安)에서 낙안(樂安)하세요"

 



호남교육신문 http://www.ihop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