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동주 전라남도영광교육지원청 교육장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서 산 정상의 만년설 때문에 붙여진 ‘빛나는 산’이라는 뜻을 가진 킬리만자로는 케냐와 탄자니아의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 만들어진 빅토리아 호수는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 세 나라에 걸쳐있고, 넓이만 70,000㎢에 달합니다.
이 호수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의 생명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빅토리아에서 시작된 작은 강들이 흘러 메마른 아프리카의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고 또한 6,695㎞의 세계에서 가장 긴 나일강을 만들어 지중해까지 흘러가는 동안 인류 최고의 이집트 문명과 크고 작은 아프리카 문명들을 탄생시켰기 때문입니다.
또한 물을 긷기 위해 30㎞씩 걷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빅토리아 호수의 풍부한 물이 얼마나 소중했을지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그야말로 생명수(生命水)였던 것입니다.
1936년 헤밍웨이(Ernest Hemingway)가 30대 후반에 쓴 <킬리만자로의 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표범이 무엇 때문에 그 춥고 높은 산꼭대기까지 올라갔을까?”
독자에게 던진 물음이자, 이 책 전체를 통해 던지고 싶은 물음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헤밍웨이의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남아 있는데 그것은 모든 것을 상실한 고독한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사실 그는 유독 ‘죽음’, ‘고통’,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의 어두운 측면을 자세히 묘사했는데 죽음 앞에 놓인 방황하는 인물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나타내며 헤밍웨이의 흔적을 따라가게 합니다.
이 책에서 죽음은 ‘악취가 진동하는 괴저(壞疽)와 고통마저 마비된 상처, 자신이 죽기만을 기다리는 하이에나와 독수리가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실재(實在)하는 현실이며, 주인공 역시 자신의 죽음을 목도(目睹)하며 마침내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인정하는 과정이 이 <킬리만자로의 눈>의 줄거리입니다.
“바로 그때 그는 자신이 지금 죽음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 생각은 빠르게 들이닥쳤다. 그러나 물이나 바람처럼 들이닥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악취를 풍기는 공허처럼 들이닥쳤다. 묘한 것은 하이에나가 그 공허의 가장자리를 따라 가볍게 미끄러지듯 달려갔다는 것이다.” <킬리만자로의 눈> 중에서
가수 조용필의 히트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영감(靈感)을 얻었는지 확인할 수 없으나 그의 노래는 이렇게 읊조립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산장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힌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조용필은 우리 인생,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다고 부르짖습니다. 또한 그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는 절규합니다.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 줄 아무 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세상을 새삼스럽게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 때문이라구.’
작금(昨今), 우리 주위에 펼쳐지는 온갖 중상(中傷)과 모략(謀略)이 참기 힘든 삶의 날선 모서리가 되었습니다. 정치판은 물론이고 심지어 교육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쳐서도 예외가 아니니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대방을 흠집내야만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허황된 이전투구(泥田鬪狗)식 전략은 양심 있는 지식인들의 가슴을 공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같은 경사(傾斜)된 사고의 파편들은 ‘불신’이라는 아픈 상처로 부메랑되어 우리 곁에 되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헤밍웨이의 표범처럼 비록 산꼭대기에서 얼어 죽는 처참한 상황이 온다 해도, 최소한 우리 교육자들은 결코 썩은 고기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는 되지 말아야 합니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되어야 합니다. 죽어서 영원히 살듯이 진실은 한 때 그늘질 수 있으나, 결국 거짓으로는 그 진실을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9월의 따사로운 햇살이 마치 진실의 보드라운 살결 같습니다.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교칼럼] 2018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수로 본 광주고교생의 학력 (0) | 2018.03.01 |
---|---|
'교육국장 전보, 아이러니다' (0) | 2018.02.05 |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 (0) | 2017.05.10 |
목포대 간호학과 졸업생 전원 '간호사 국가시험' 합격 (0) | 2017.03.02 |
리얼미터 여론조사, 신뢰성 문제 있다 (0) | 2017.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