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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네가 어디에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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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관∥칼럼니스트




“네가 어디에 있느냐?”는 하나님의 물음은 선악과를 따먹고 괴로워서 숨어 있는 아담에게 질문하는 말씀이다. 성경 3장 9절에 나오는 내용이자, 1667년경 영국의 밀턴이 쓴 실낙원(失樂圓)의 가장 큰 주제이기도 하다. 순진하고 평화스럽게만 생활하던 최초의 인류에게 다가온 근원적 위기의 순간.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 하나님이 단지 아담이 있는 장소만을 알고자 하는 물음은 아니다. 그가 지금 생각하는 바와 앞으로의 가치관을 물어봄이었으니. 이 얼마나 아련하고 순수한 문답이랴. 2025년 대한민국의 기독교는 어떠한가? 썩었다기보다는 용도 폐기해야 할 수준이다.

초창기 기독교는 그나마 민중을 계몽하고 사회복지를 실현해 갈 수 있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 왔기에 국가발전에 공헌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런 역할을 지금은 정부나 시민단체에서 해결해 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교회가 해야 할 일들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거기에다 인구 감소로 인한 교인들의 감소로 인해 예전만큼 활발한 활동을 해 나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처럼 고육지책 속에서 태어난 것이 전광훈이 같은 극우 집단 기독교단체다. 교회는 사랑과 믿음과 소망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생활할 때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낸다. 우리 인류의 역사가 그러한 방향으로 진전해 왔을 때 가장 발전해 왔고 삶이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숭고한 봉사와 희생의 정신은 송두리째 사라지고 물질 만능의 장사꾼 정신이 교회 안에 가득 차고 말았다. 거기에다 그동안 쉽사리 써먹어 왔던 반공주의를 우려먹을 수밖에는 없으니 본질의 하나님 말씀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으랴. 빨갱이나 간첩이라는 말 이외에는 사용할 줄 아는 단어가 없는 그들의 언어 한계, 영원불변한 하나님의 말씀을 간직해 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사악한 극우 기독교 집단이 사라져야지만 비로소 정상적인 국가로 성장해 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있다. 끊임없이 전개되는 엉터리 신념이나 주장을 들으면서 스스로 방어해 가야 하는 보통 국민의 인내심은 이제 도를 넘어 정신적 내전의 상태에 돌입한 듯하다.

상식이나 합리가 아닌 폭력이나 억지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그들의 행동 양식. 인간은 얼마만큼 교활하고 잔인해질 때 그 행위를 멈추려나. 광화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광훈의 하나님을 빙자한 앵벌이. ’하나님은 옳으니까. 우파이고, 거기에 반하는 집단은 좌파이기에 사탄이다‘는 해괴망측한 극우 목사(?)들의 논리.

하지만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이기에 들을 수밖에는 없음이 괴롭다. 이런 엉터리 논리는 저만큼 쪼그려 들어 겨우 숨죽이며 내놓아야 할 변방의 언어 정도로 취급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 그런 허접스러운 언어를 구사하고 행동하는 집단이 주류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으니 얼마나 위태로운 일인가?  

12.3 내란 이후 더욱 강력해진 극우 기독교 집단. 추악한 종교집단과 옹졸한 정치집단이 결합해 만들어진 연합체. 여기에서 파생된 힘은 대체로 폭력이고 독재인 점이 특성이다. 독일의 나찌즘이 그러하고 이탈리아의 파시즘이 그러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지켜왔던 대한민국의 위기가 어느 한순간 우리 앞에 직면해 있다. 극우 기독교 세력과 일반적인 서민 세력과의 갈등. 소수의 강경세력이 다수의 느슨한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황당한 망상은 이미 지나간 역사에서 용도 폐기된 결과물이다.

“네가 어디에 있느냐?”하는 물음은 비단 하나님을 두려워할 줄 아는 아담에게 던진 물음만이 아니라 항상 ’어떻게 사는 것이 참으로 사는가?‘ 를 고민하고 살아가는 모든 인간에게 던진 질문이리라.

무도한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대한민국 극우 기독교 세력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다. ’네가 어디에 있느냐?‘ 하고. 지금 자리하는 위치가 아닌 앞으로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말이다. 5,000년 역사이래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합의이자 약속인 민주주의.

더 이상의 좋은 제도를 마련하기 전에 민주주의를 비난하거나 해체하려는 자들은 인류의 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통째로 흔들려고 하는 극우 기독교 세력의 저의가 하나님마저도 뺨을 때려 가르치려 하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이 참담하다. 

아담은 겨우 벌거벗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하나님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했고, 죄를 지었기에 부끄러움으로 용서받았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아담의 후예이거늘. 성경 말씀으로 일생을 살아가고자 맹세했던 극우 목사(?)들의 거짓과 엉터리 설교 들은 하나님의 성정을 얼마나 긁어 놓으며 자신들의 안락을 추구해 가는지 고약 타. 

우리나라의 헌법상 당연히 탄핵당해야 할 비상계엄(내란)을 두고 아직도 가슴 조마조마하며 애태우고 있는 순박한 국민의 마음은 실낙원(失樂園)의 심정이다. 12.3 내란을 통해 못된 극우 기독교의 모습도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곳곳에서 묵묵하게 정의롭게 생활해 가는 의인도 많이 있었음이 얼마나 살아갈 만한 세상인가?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그래서 우리는 다시 복낙원(復樂園)의 삶으로 돌아가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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